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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Part2. 유전체 연구의 미래, 생물학에서 정밀의학으로
2015년 1월 20일,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한 해를 여는 국정연설인 ‘연두교서’를 통해 정밀의학의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GP)로 밝혀진 유전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밀 진단과 치료를 하는 새로운 의료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이었다. HGP는 생물학을 넘어 의학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HGP 20년이 지난 지금, 유전체 의학의 최전선을 다투는 두 기업의 현장을 방문했다.6년 걸릴 희귀 유전질환 진단을 한 달 만에 학교에서 또는 회사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몸의 이상을 느낀다. 머리가 아프거나, 숨을 쉬기 힘들어 병원을 방문한다. 그러나 의사는 원인을 찾지 못하고, 며칠 쉬라고만 얘기한다. 증상은 심해지지만 어떤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한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마침내 국내 유병인구 2만 명이 안되는 희귀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땐 첫 진단으로부터 6년 후. 이미 병세는 심각해진 상황이다. 위에 가정한 상황은 많은 희귀 질환 환자들이 겪는 고통이다. 희귀병 중에서도 약 80%를 차지하는 희귀 유전질환의 문제는 질병을 특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사례가 적어 환자도 의사도 원인을 알기 힘들다. 질환명을 정확히 진단받는 데만 4~9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doi: 10.1371/journal.pone.0265847 “질환 특정이 힘든 희귀 유전질환 환자의 경우, 유전체 전체를 분석하면 질환의 원인을 찾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이제는 전체 유전체를 대상으로 희귀질환 환자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입니다.” 11월 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만난 희귀 질환 유전체 검사 업체 쓰리빌리언 금창원 대표의 설명이다. 쓰리빌리언은 환자의 유전체 전체에서 병원성 돌연변이를 찾아 유전질환을 진단한다. ‘한 달 만에 희귀 유전질환을 진단한다’, 이것이 쓰리빌리언의 목표다. 유전자 염기서열을 읽어서 유전병을 판단하는 것은 이전부터 해왔던 일이다. 대표적인 예는 1996년부터 시작된 유전성 유방암 검사인 ‘브라카(BRCA) 검사’다. 브라카 검사는 유방암 발병에 관여하는 두 유전자인 BRCA1, BRCA2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읽어내 병원성, 즉 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를 밝혀 낸다. 예전에는 몇몇 유전자에 한해서만 검사를 시행했다면, 최근에는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렇게 하면 7000종 이상의 희귀 질병을 한 번에 검사해 비용과 시간을 극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금 대표는 “글로벌 표준 변이 병원석 해석 기준인 ACMG 가이드라인의 28개 기준을 통해 돌연변이의 병원성을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이전에 보고된 병원성 돌연변이인지, 일반인에게서도 발견되는지, 보고되지 않았다면 단백질의 구조를 크게 변화시키는 ‘넌센스 돌연변이’인지 등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식이다. 데이터 쌓일수록 유전체 의학 강해져 이렇게 전체 유전체 분석이 가능해진 가장 큰 요인은 유전체 분석 가격 하락이다. HGP 시절 한 명의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위해 들인 돈은 3조 원에 달했다. 이 비용이 2015년 1인당 1000달러(약 130만원)의 벽을 돌파하더니 현재는 거의 200달러(약 26만원)까지 떨어졌다. 유전체 분석이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의학 장비를 사용하는 비용만큼 저렴해지면서, 진정한 ‘유전체 의학’의 시대가 열릴 조건이 갖춰졌다.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유전체 분석 데이터가 쌓이면서, 희귀 유전질환에 관한 새로운 데이터도 빠르게 모이고 있다. 금 대표는 “실제로 쓰리빌리언에서 진단한 희귀 유전질환의 60%가 기존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돌연변이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새롭게 발견된 희귀 유전질환 돌연변이는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클린바(ClinVar)’ 라이브러리에 쌓여 전 세계의 생명공학 기업과 병원에 공유된다. 이렇게 데이터가 쌓일수록 전 세계 희귀 유전질환 환자들의 진단율이 높아지고, 진단율이 높아지면 희귀 유전질환을 판별할 AI 프로그램을 더 정확하게 만들 수 있다. 선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세계 각국 정부와 연구 단체가 많은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쌓으려는 이유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 변이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스케일을 더 키워 수만, 수십만 명의 다양한 인종별 유전체를 분석하면 특정 인종에서 많이 나타나는 유전적 변이도 찾아낼 수 있다. 2023년 5월 1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인간 범유전체(Human pangenome)’ 연구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다. doi: 10.1038/s41586-023-05896-x 국제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컨소시엄(HPRC) 공동 연구팀은 다양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47명의 유전체를 분석해 ‘참조 범유전체’를 만들었다. 그만큼 다양한 유전적 변이를 참조 범유전체를 통해 분석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유전체 데이터베이스 설립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06년부터 ‘UK 바이오뱅크’ 사업을 통해 50만 명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2022년에는 이중 15만 명의 유전체 정보를 발표하기도 했다. doi: 10.1038/s41586-022-04965-x 2022년 11월 기준, UK 바이오뱅크의 자료를 활용해 나온 논문만 6000편에 달한다. 한국은 2024년부터 ‘국가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6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최종 100만 명의 유전체 등을 분석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정밀의학이 실현되면 미래 고령화 사회가 부담할 의료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치료에서 예방 의학으로 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HGP가 열어젖힌 문이다. 한 명의 유전체로는 부족하다. 많은 유전체 자료가 모일수록 유전체 의학의 힘은 강해진다. 아직은 모아야 할 자료가 많다. “지금까지 약 1만 개의 희귀 질환이 발견됐고, 그 중 80%가 유전질환에 속합니다. 지금도 매년 새로운 희귀 유전질환이 250~300개씩 발견되고 있어요. 앞으로도 유전체 의학과 진단 분야는 꾸준히 성장할 겁니다.” 금 대표의 말이다.“유전체 분석이 앞으로는 사회를 바꿀 것” 많은 독자들에게 희귀 유전질환 진단 서비스는 먼 이야기로 들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전체 분석은 생각보다 훨씬 우리 삶 가까이에 다가와있다. 최근 SNS 등에서 이슈가 되는 ‘유전자 검사’가 한 예다. 한국의 유전체 분석 기업인 마크로젠은 지난 6월 28일 유전자 검사 플랫폼 ‘젠톡(GenTok)’을 출시했다. 젠톡은 식습관, 운동 능력, 비만, 피부와 모발 관리 등 생활과 밀접한 유전 요인들을 검사해준다. DNA칩 위에 원하는 특정 DNA의 돌연변이를 감지할 수 있는 염기서열을 부착해 검사자의 DNA와 반응시키는 것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신청 후 검사 키트에 타액을 담아 보내면, 열흘 정도 지나 앱을 통해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사람들이 유전체 분석 기술을 친숙하고 가깝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젠톡’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11월 2일, 마크로젠 본사에서 만난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젠톡 서비스의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서 회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 시절, 한국인 유전체 ‘AK1’ 분석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하는 등 한국인 유전체 연구의 기틀을 닦아왔다. 그가 만든 생명공학 기업인 마크로젠은 전 세계에서 보내온 유전체 시료를 분석하며 성장했다. 젠톡은 연구실과 병원에 국한된 유전체 분석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게끔 넓히려는 서 회장의 시도다. “미국에서 유전체학은 치료보다는 조상 찾기 등의 서비스로 먼저 소개됐습니다. 거대 생명공학 기업으로 성장한 미국의 ‘23andme’도 주 사업 수단은 조상 찾기였죠.” 서 회장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유전체 분석을 저렴하고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다면, 한국에서도 찾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지막으로 서 회장에게 유전체학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그는 2003년 4월, 프랜시스 콜린스 당시 미국 국립유전체연구소(NHGRI) 소장이 동료들과 네이처에 쓴 “유전체 연구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라는 글을 인용했다. doi: 10.1038/nature01626 “콜린스 소장은 2003년 HGP를 완료한 후 유전체 연구의 청사진을 발표합니다. HGP가 만든 인간 유전체가 먼저 생물학을, 그 다음엔 의학을, 나중에는 사회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킬 거라는 내용이었죠. 지금까지의 유전체학은 생물학을 바꿨고, 지금은 의학을 바꾸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사회를 바꾸게 되겠죠. 많은 분들이 유전자를 어렵거나 복잡한 것으로 느끼지 않는다면, 이런 변화가 더 빠르게 오리라 생각합니다.”[특집] 가뭄에 막힌 내 택배? 파나마 운하
지구 반대편 물건을 집 앞까지 배송받을 수 있는 해외 직구로 물건을 잔뜩 주문했어.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택배가 오지 않네? 태평양 건너 중남미에 위치한 작은 나라, 파나마에 닥친 기후위기 때문이라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어지는 기사를 보려면?Intro. [특집] 가뭄에 막힌 내 택배? 파나마 운하Part1. 가뭄으로 뱃길이 막혔다!Part2. 배가 산으로 간다?Part3. 기후위기가 뱃길을 바꾼다1년만의 규제 해제, 종이 빨대의 향방은?
“매장 내에선 테이크 아웃 잔을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2023년 한 해간 카페에 갈 때마다 듣던 이 안내, 2024년에는 듣지 못한다.2023년 11월 7일 환경부가 일회용 종이컵의 실내 사용 규제를 철회하고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투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의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일회용품 규제 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생각해봤다. 2023년 11월 13일, 정부세종청사 앞에 종이 빨대가 박스째 쏟아부어졌다. 11월 7일 있었던 환경부 발표에 대한 항의의 의미였다. 종이 빨대 제조업체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돌연 정책을 변경한 탓에 친환경 빨대 제조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비판했다. 환경부는 2022년 11월 24일부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제도를 확대해 시행 중이었다.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식당과 카페 같은 식품접객업소와 집단급식소 매장 내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를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그전까지 편의점, 슈퍼마켓 등 종합소매업에서 유상으로 판매하던 비닐봉투는 전면 사용 금지되며, 일회용 플라스틱 응원용품, 우산 보관용 비닐 또한 사용 금지된다. 이에 따라 2022년 11월부터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그리고 종이컵 사용 규제에 대한 참여형 계도기간이 시작됐다. 계도기간은 1년, 사용 금지 조치를 바로 시행하지 않고, 유예기간을 둬 시장이 새롭게 바뀐 정책에 대비할 시간을 주겠다는 의도였다. 2023년 카페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던 종이 빨대는 참여형 계도기간에 의한 변화다. 음료를 주문할 때 “매장 내에선 테이크 아웃 잔(일회용 컵)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원의 안내를 들은 경험도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갑자기 뒤바뀐 종이 빨대의 운명 계도기간 종료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2023년 11월 7일,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 방향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이 반발한 건 이 발표 때문이었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일회용품 관리 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면서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 종이컵에 대한 정책을 수정했다. 바뀐 정책에 따르면 매장에서 비닐봉투를 사용해도 단속이나 과태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계도기간이 무기한 연장됐고, 종이컵은 일회용품 사용제한 대상품목에서 아예 제외됐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환경부는 비닐봉투 대체품 사용이 시장에 자리 잡아 규제가 불필요하다고 봤다.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규제기간 동안 커피전문점 등에서 종이 빨대나 생분해성 빨대 등 대체품을 제공했다. 그러나 종이 빨대가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쉽게 눅눅해져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많았다. 이에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을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종이컵 사용이 금지되면서 음식점이나 커피전문점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에게 다회용컵 세척을 위한 인력을 고용하거나 세척시설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해외 많은 국가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중심적으로 규제한다는 점도 규제 해제의 이유가 됐다. 환경부는 “소상공인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일회용품 규제 강화로 인한 부담이 가중된다며 제도 유예, 지원 등을 요청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뒤바뀐 정책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건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 업체와 다회용컵 대여 업체 등이었다. 이들 업체는 계도기간이 끝나는 2023년 11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 시장과 다회용품 대여 시장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종이 빨대 판매기업인 ‘유온 인터내셔널’의 이상훈 이사는 2023년 12월 11일 과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업체들은 정부 정책만 믿고 적자를 끌어안고 온 상황이었다”면서 “종이 빨대 생산 기업들의 경우 시장이 활발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융자를 받아 종이 빨대 제조 시설에 투자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체들은) 당장 이달 버티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빨대 대체재를 생산하는 다른 기업들도 피해가 크다. 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가 2023년 11월 16일 발표한 ‘친환경 빨대 제조 업체 피해 현황’에 의하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빨대를 제조하는 ‘동일프라텍’은 반품률 50% 이상에 주문 취소액이 1억 원에 달했다. 쌀 빨대를 제조하는 ‘아가페코 코리아’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폐업을 고려 중이다. 다회용컵 대여 업체도 마찬가지다. 다회용컵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트래쉬 버스터즈’의 이상준 브랜드 마케팅 책임 PD는 2023년 12월 12일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규제 완화로 인해 확실히 시장의 반응이 차가워진 건 사실”이라며 “실제 저희 서비스에 관심을 갖던 분들이 고민할 시간을 더 갖겠다는 입장을 전해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마냥 작다고 할 순 없는 숫자, 39% 일반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자.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의 발표 이후 여론조사 업체 리서치뷰에 일회용품 규제 정책 인식조사를 의뢰했다. 조사는 2023년 11월 18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됐으며,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이 참여했다.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정책 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50.2%는 규제 철회에 반대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45.3%가 긍정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묻는 질문에선 답변이 쏠렸다. 편의점, 슈퍼마켓에서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선 강화해야 한다는 답변이 우세(73.7%)했다. 완화하자는 답변은 10.1%에 그쳤다.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규제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카페나 음식점 등 매장 내에서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에 대한 규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강화하자는 답변(77%)이 완화하자는 의견(10.8%)보다 많았다.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나, 기존 규제가 그 답인지에 대해선 반응이 갈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민들의 생각을 자세히 듣고 싶었다. 과학동아는 2023년 11월 27일 과학동아 공식 네이버 카페를 통해 일회용품 폐기물 문제에 관해 그간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독자들이 남긴 댓글을 살펴보면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가 실제로 환경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궁금해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많았다. “많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일회용컵, 플라스틱 빨대 대신 텀블러와 종이 빨대를 사용하는데,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얻고 싶습니다.”_냨냨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어느 정도로 환경 보호에 도움을 주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빨대보다 더 중요한 환경 문제가 산재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_SciDoc 이들의 비판은 2021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씨스피라시는 해양오염의 원인이 되는 플라스틱 폐기물 중 플라스틱 빨대는 단 0.03%에 불과하며, 그보다 더 주요한 요인은 46%를 차지하는 대기업들의 어업 폐기물이라고 지적한다. 빨대가 가리고 있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의 주된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내 통계도 씨스피라시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그린피스가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팀과 함께 2023년 3월 발표한 보고서 ‘2023년 플라스틱 대한민국 2.0’을 살펴보자. 2021년 기준 전국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1193만 2000t(톤) 중 56.2%인 670만 t이 사업장 배출시설계 폐기물이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생활 속 플라스틱 폐기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2021년 생활계 폐기물의 발생량은 468만 2000t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한다. 적어도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39%는 생활 속 작은 변화로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빨대, 무엇이 ‘친환경’일까 뭐부터 줄여야 할까. 일회용품 감축을 위한 계도기간이었던 2023년, 타겟은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투, 그리고 일회용 컵이었다. 그중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재로 종이 빨대가 주목받았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종이 빨대가 불편하다는 평부터 정말로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환경에 좋을지 궁금하다는 의문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러한 목소리는 과학동아 독자들의 답변에서도 드러났다. “종이 빨대는 나무를 베서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므로 종이 빨대보다 플라스틱 빨대가 더 친환경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과학적으로 종이 빨대와 플라스틱 빨대 중 어떤 것이 더 나은지 궁금합니다.”_몰랑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의 친환경적인 대체재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썩는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따질 땐 그 밖에 생산, 이용, 처리까지 전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분석을 전과정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라 한다. 제품의 원료 채취부터 가공, 수송, 사용, 폐기 등 모든 과정에 걸쳐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평가하는 것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2022년 발표한 일회용 빨대 LCA 보고서를 살펴보자. 이 보고서에서 다룬 일회용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 그리고 종이 빨대다. 연구팀은 빨대가 재료, 생산, 유통, 사용, 폐기되기까지 환경에 미친 영향을 상대적인 수치로 환산해 더했다. 이 수치를 상대적 환경 영향 지수(REI)라 하며, 숫자가 클수록 환경에 대한 영향이 크다. doi: 10.1016/j.scitotenv.2022.153016 REI를 계산할 때 고려한 요소는 총 8가지다. 향후 100년간 지구온난화에 기여할 잠재력, 산화될 확률, 부영양화 확률, 오존 고갈 확률, 담수에 독성 영향을 끼칠 확률, 인간에게 독성 영향을 끼칠 확률, 토양에 독성 영향을 끼칠 확률, 화석연료를 고갈시킬 확률이다. 연구 결과, 폐기 단계에서 빨대를 소각할 경우 생분해성 빨대의 REI값이 6.8로 가장 컸다. 이어 종이 빨대(4.9), 플라스틱 빨대(3.2)가 뒤를 이었다. 빨대를 매립할 경우에도 이 순서는 달라지지 않았다. 생분해성 빨대(6.4)가 가장 큰 값을 나타냈고, 그 뒤를 종이 빨대(5.1)와 플라스틱 빨대(2.4)가 이었다. 플라스틱 빨대의 친환경적 대체품으로 여겨지던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가 오히려 더 환경에 유해했다는 아이러니한 결과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품으로 종이 빨대나 생분해성 빨대를 사용하도록 독려하기 전에 실제 환경 부담과 이득을 보다 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루나 라나 당시 미국 미시건대 환경 및 에너지정책학과 연구원이 석사학위논문으로 발표한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라나 연구원은 플라스틱 빨대,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 종이 빨대, 금속 빨대가 사용 전과정에서 지구온난화에 기여할 잠재력을 온실가스 배출량을 토대로 계산했다. doi: 10.37099/mtu.dc.etdr/1064 그 결과 플라스틱 빨대가 0.857kg CO2eq,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가 2.67kgCO2eq, 종이 빨대가 2.4kgCO2eq 순으로 지구온난화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금속 빨대의 경우 따뜻한 물로 씻어 쓰면 35.9kgCO2eq, 찬물로 빠르게 씻으면 0.636kgCO2eq란 결과가 나왔다. 가장 좋은 건 금속 빨대를 찬물로 빠르게 씻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사용하는 과정에서 따뜻한 물을 사용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플라스틱 빨대보다도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효과가 컸다. 일회용 컵도, 비닐봉투도 결국 답은 ‘안 만들기’ 환경을 위한 길은 애초에 일회용품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흔히 3R로 줄여 부르는 폐기물 문제의 해법은 Reduce(감축), Reuse(재사용), Recycle(재활용)로 구성된다. 생산량을 감축하고, 만든 제품은 여러 번 재활용하며, 폐기하게 되는 경우 재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금속 빨대도 재사용 방식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졌다는 라나 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알고 나니 두 번째 R인 ‘재사용’ 부문에서 의문이 생긴다. 재사용,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외려 더 커질 수 있다. “너도나도 텀블러를 사용하고 자랑하기 시작하면서 굳이 살 필요 없는 새 텀블러를 사자, 환경에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_리간드 맞는 이야기다. 캐나다의 환경보호단체 CIRAIG가 2014년 보고한 기술보고서 ‘재사용 컵과 일회용 커피 컵의 수명 주기 분석’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로 된 컵의 경우 90회 이상은 사용해야 일회용 커피 컵보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덜 미친다. 텀블러 이용이 (90회 이상 사용한다면)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나, 정책적으로 시민들에게 매일 텀블러를 들고 다니길 강제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다회용컵 대여 서비스는 기존 일회용컵 기반 서비스보다 환경친화적인 움직임이 될 수 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다회용컵 대여 업체가 제공하는 다회용컵을 사용한 뒤 대여 업체에 돌려보내면, 대여 업체는 컵을 세척한 뒤 다시 식당이나 카페에 보내는 식이다. 그린피스는 2023년 11월 7일 중국, 대만, 한국, 일본의 다회용컵 및 일회용컵 시스템에 대한 LCA 보고서 ‘재사용이 미래다’를 발표했다. 이들은 동아시아 지역 4개 도시(홍콩, 타이베이, 부산, 도쿄)의 다회용컵 대여 업체 5곳에서 다회용컵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해 다회용컵과 일회용컵이 각각 생산되고, 운송, 폐기되기까지의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했다. 이때 계산한 환경영향 척도는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인체독성, 담수 생태독성, 화석연료 고갈 등 7가지였다. 그 결과, 모든 환경영향 척도에서 다회용컵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이 일회용컵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보다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친다는 것이 드러났다. 단, 컵 하나를 1년간 40회 이상 사용하고, 컵의 수명은 3년이라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다회용컵은 주로 사용이나 세척 단계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반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일회용 재생 플라스틱 컵, 일회용 종이컵은 생산 단계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장려하는 제도를 운영 중에 있으며, 대만도 다회용기 사용을 독려하고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 vs. 자발적 참여, 경제학자의 답은 정리하자면 이렇다.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중에서 플라스틱 빨대로 대표되는 생활계 폐기물의 양은 무시할 수 없는 정도다. 다만,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재로 꼽히는 종이 빨대나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가 정말 환경에 좋은지는 폭 넓은 분석이 필요하다. 정책 방향을 정하기 전, 이 같은 과학적 검증과정이 선행됐어야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애초에 일회용품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재사용 시스템을 정책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돌고 돌아 다시 정책 얘기다. 바뀐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정책에서 어쩌면 종이 빨대 이야기보다도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일회용품 관리 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란 대목이다. 여기서 반응이 갈린다. 환경부 발표와 같은 날 소상공인연합회는 “일회용품 사용 허용 및 계도기간 연장은 비용 증가인력난소비자와의 갈등에 직면하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줄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평했다. 한편 환경단체 ‘소비자기후행동’은 그다음 날 성명서를 통해 “날이 갈수록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흐름과 반대되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규제 vs. 자유라는 오랜 쟁점에서 정부는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까. 경제학자인 홍종호 서울대 환경계획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그는 “경제학자의 눈으로 봤을 때, 아무런 규제 없이 (폐기물을 감축한다는) 바람직한 사회적 비용이 반영된 소비 형태가 나타나리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답했다. 생산과정과 소비과정 모두에서 정부의 간섭 내지 개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이론적으로도 정부의 개입이나 간섭, 규제 없이는 일회용품의 과생산과 과소비가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2024년 하반기엔 한국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국제 협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를 논의하고 있다. 홍 교수는 “국제사회의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국 정부가 일관적인 정책 방향성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쓸 줄 모르면 손해! 생성AI 똑똑한 사용법
생성 인공지능(AI)을 잘 활용하는 것은 실력 좋은 개인 비서를 두는 것과 같다. 대화 몇 마디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고, 그 정보를 원하는 형태로 정리하기 때문이다. 안 쓰면 손해인 생성 AI, 어떻게 더 잘 사용할 수 있을까.2024년을 살아가는 가상의 인물들의 하루로 살펴봤다.(❋편집자주. PART 2에 삽입된 이미지는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달리(DALL-E)’에 기사의 내용을 넣어 만든 그림입니다. 기사와 어울리는 가상의 인물과 상황이 뚝딱 만들어졌습니다.) “발표가 제일 쉬웠어요” 30대 직장인 이창래 씨의 하루 내일은 이창래 씨에게 중요한 사업 발표가 있는 날이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발표에 들어갈 자료 정리. 해당 주제로 팀원들과 수차례 회의한 기록이 남아있지만 그 양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봐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때 창래 씨는 문서 작성 프로그램 워드에 내장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 365 코파일럿’을 활용한다. 수많은 워드, 엑셀 파일에 적힌 글자들이 ‘회의록 요약’ 버튼 하나에 1장으로 요약된다. 이것을 파워포인트 파일로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것도 생성 인공지능(AI)의 몫이다. 감마(Gamma) AI에 요약된 회의록을 입력하자 1분도 안 돼 세련된 PPT가 만들어졌다. 이제 창래 씨가 할 일은 생성 AI가 만든 자료를 꼼꼼히 확인하며 더 수준 높은 PPT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다. PPT를 살피던 창래 씨는 시각화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수치가 정리된 엑셀을 켜고 채팅창에 “시각화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입력하자 데이터가 깔끔한 그래프로 정리된다. 마지막으로 내일 참석하는 프랑스인 바이어를 위한 프랑스어 자료를 따로 만든다. 챗GPT 번역 프로그램에 PPT 파일을 넣으면 끝나는 아주 간단한 작업이다. 오늘도 열심히 일한 창래 씨는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건 생성 AI가 해줄 수 없는 일이니까. 공부 의지 뿜뿜! 고1 김태린 양의 하루 중학생 뽀시래기 시절의 김태린은 잊어라. 컴퓨터과학자를 꿈꾸며 고1부터 열공을 다짐한 태린 양의 오늘 공부 목표는 수학 모의고사 풀이와 영어 듣기평가 연습과 단어 공부이다. 먼저 작년 3월 모의고사 수학 문제지를 펼쳤다. 열심히 풀어보려는데 맙소사, 첫 문제부터 도저히 풀리지가 않는다. 그는 챗GPT의 울프럼 알파(Wolfram Alpha) 플러그인을 사용해 문제풀이를 확인해보기로 한다. 문제의 수식을 하나씩 입력하는 과정이 조금 번거롭지만, 일단 입력을 끝내고 나면 친절한 생성 AI는 문제 풀이를 보여준다. 채팅창에 “그래프를 그려달라”고 말하면 풀이와 관련한 그래프도 그려준다. 그래프를 보고야 풀이를 이해한 태린 양은 겨우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수학 모의고사 풀이를 마무리한 뒤에는 영어 교과서를 편다. 말하기보다 듣기에 약한 그는 교과서 속 지문을 챗GPT에게 입력해 챗GPT가 읽어주는 지문을 들으며 듣기 연습을 한다. 그리고 외워야 하는 단어를 챗GPT 커스텀 단어 시험기에 입력한다. 커스텀 단어 시험기는 태린 양이 단어 공부를 위해 GPTs로 직접 만든 시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켜면 “오늘 공부할 단원을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이 뜬다. “2단원”이라고 입력하면 “awkard의 뜻은 무엇일까요?”라고 다시 질문한다. 바로 생각나지 않는 단어는 “예문을 보여달라”고 하면 “It feels a bit awkward to talk alone”이라는 교과서 2단원 속 활용 지문을 말해준다. 정답인 “뻘쭘하다”를 입력하면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 오늘도 목표를 달성한 태린 양은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으로 최애 아이돌 ‘투바투’ 영상을 보며 휴식을 취한다. 손주가 너무 예쁜 60대 박미연 씨의 하루 60대 박미연 씨에게 큰 고민이 있다. 바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손주에게 꼭 맞는 선물을 고르는 것이다. 골머리를 앓던 그는 생성 AI를 떠올린다. 대화하듯 말을 건네면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검색해주는 네이버 ‘Cue’ 서비스다.“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손자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추천해줘” 조심스레 말을 걸자 Cue는 문구세트부터 현미경, 자전거까지 초등학생이 좋아할 만한 선물들을 주르륵 화면에 띄운다. 하지만 가격대가 너무 다양해 고르기 어렵다. “20만 원 이하 선물로 찾아줘” “남자 아이 선물로 골라줘” 미연 씨는 말을 이어갔다. Cue는 파란색 백팩을 추천했다. 딱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자 화면은 네이버 쇼핑으로 연결됐다. 설날에 만나 선물을 건네줄 기대를 하며 미연 씨는 기대에 부풀었다. 취미 부자 정소혜 씨의 하루 정소혜 씨는 짬짬이 유튜브 영상도 편집하고 웹툰도 그려 블로그에 올리는 취미 부자다. 그런 그가 요즘은 생성 AI로 취미활동하는 데 푹 빠졌다. 먼저 영상을 만들 땐 어도비의 생성 AI ‘파이어플라이’를 활용해 저작권 없는 이미지를 만들고, 음악 생성 AI ‘사운드로우(Soundraw)’로 BGM을 제작한다. 이 자료들을 영상 편집 AI, ‘브루(vrew)’에 넣으면 자동으로 컷편집을 해주고 자막도 생성해준다. 생성 AI를 이용하면 피사체가 계속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촬영도 가능하다. 즉 영상에 들어갈 대본을 종이에 써서 읽는 모습을 촬영해도, 계속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하는 것처럼 연출할 수 있다. 웹툰을 제작하는 시간도 생성 AI로 크게 줄었다. 네이버 ‘웹툰 AI 페인터’를 사용하면 몇번의 터치만으로 자동 채색이 된다. 원하는 색을 끌어다 원하는 부분에 내려놓으면, 해당 부분에 색이 칠해지고 그 주변부도 어울리는 색으로 채워진다. 생성 AI로 시간을 번 소혜 씨는 다른 취미생활을 해볼까, 행복한 고민을 한다. 이제는 AI 리터러시를 고민해야 할 때 생성 AI는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 활용도가 천차만별이다. 누군가에겐 검색을 대신 해주는 검색창 정도의 역할만 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영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자비스’처럼 훌륭한 개인 비서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생성 AI를 잘 활용할까? 김란우 KAIST 디지털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는 2023년 9월 14일부터 19일까지 전국 20~50대 직장인 1100명에게 생성 AI 활용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학력이 높을수록, 월소득이 높을수록 생성 AI 사용 빈도수가 높았다. 김 교수는 “머리가 좋고 돈을 잘 버는 것이 생성 AI 활용 능력과 연관있는 것이 아니라, AI에 대한 사전 교육이 잘 된 사람일수록 새로운 AI의 등장에 빠르게 발맞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는 ‘AI 리터러시’ 격차로도 설명할 수 있다. 리터러시는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으로, AI 리터러시는 AI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가올 미래에 AI 리터러시 격차는 피하기 어렵다. 가령 AI 교육을 자주 접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자주 접한 청소년에 비해 AI를 낯설게 여기고, 그 결과 AI를 적극적으로 학습하지 못한다. AI 리터러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T는 모든 사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AI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했다. 네이버는 ‘커넥트 재단’을 운영하며 유아부터 청소년, 일반 대중까지 다양한 이들을 대상으로 AI,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야 놀자’라는 교육 프로그램은 AI 교육의 기회에서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전국의 청소년에게 제공된다. 김 교수는 “대국민적인 AI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전국민이 AI와 친숙해져야, 앞으로 더욱 발전할 생성 AI 시대 속에서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