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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가 된 로봇 같이 걸으실래요?
길을 걷다가 로봇과 마주치면 어떤 기분일까요. 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이 2023년 11월 17일 시행되면서 한국에서도 ‘실외 이동로봇’을 활용해 물건을 배달하고 거리를 순찰하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제 운행안전인증을 받은 자율주행 로봇에는 ‘보행자’ 지위가 부여돼요. 로봇과 나란히 신호등을 기다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상이 펼쳐지는 겁니다. 로봇과 함께 할 미래를 과학동아가 조금 먼저 만나봤습니다. 로봇과 함께 걷는 미래를 과학동아가 조금 먼저 만나봤습니다. “주문이 접수됐습니다. 픽업 장소로 출발합니다.” 애플리케이션에서 ‘아메리카노 4잔’ ‘주문’ 버튼을 누르자,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개미’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개미는 자율주행로봇 전문기업 로보티즈가 개발한 실외 이동로봇으로, 흰색 직사각형 몸체에 더듬이 모형이 달려 있어 실제 곤충 개미를 연상시킵니다. 개미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로보티즈 본사를 출발해 마곡중앙로 사거리의 카페까지 인도 위를 약 150m 이동했습니다. 개미는 보도블록의 턱과 경사를 넘었고 사거리의 횡단보도를 건넜습니다. 개미가 이동하는 속도는 시속 10~15km. 사람 걸음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로봇이 도착했습니다. 배송물을 넣어주세요!” 개미가 도착하자 카페 직원은 익숙하게 개미의 뚜껑을 열고, 커피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틀에 커피를 한 잔씩 넣었습니다. 개미는 카페 직원이 나와 커피를 싣는 내내 기다리고 있었죠. 의젓한(?) 그 모습에 지나가는 시민들도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커피를 싣고 다시 최종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개미를 보고 있으니 왠지 그 앞을 막아서 보고 싶은 음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앞을 막으면 어떤 반응을 보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로보티즈에서 IR/PR 업무를 담당하는 이승현 프로는 “우선 스피커로 안내 음성을 내보낸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어떤 안내가 나오는지 궁금해져 개미의 앞길을 가로막아봤습니다. 그러자 개미는 가던 길을 멈추곤 “물품을 배송 중입니다. 조심히 지나갈게요!”라는 안내 음성을 전했죠.“외출하려면 면허 따고 오세요”16가지 운행안전인증 심사 12월 1일 찾아간 로보티즈 사옥에서는 개미처럼 자율주행을 하는 이동로봇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와 로보티즈 사옥이 위치한 마곡동 일대는 ‘규제샌드박스’ 지역으로 지정돼 현재도 실외에서 이동로봇을 운행하는 게 가능합니다. 규제샌드박스란 국토교통부에서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량 등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사업을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현행 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유예해 주는 제도입니다. 자율주행 실외 이동로봇은 그동안 ‘차’에 해당해 보도를 통행할 수 없었습니다. 로보티즈는 2019년 12월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해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마곡 일대에서 보도를 통행하며 시범 배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실외 이동로봇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2023년 10월 19일, 실외 이동로봇을 ‘차’로 규제하다가 ‘보행자’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됐고, 이어 11월 17일에는 실외 이동로봇의 정의와 보험가입 의무 등 실외 이동로봇의 외출 허용을 위한 조항을 신설한 지능형로봇법이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실외 이동로봇은 이제 규제샌드박스 지역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에서 보도블록 등 공공도로를 다닐 수 있는 보행자의 지위를 누릴 수 있습니다. 단,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지정한 16가지 항목의 운행안전인증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운행안전인증 시험은 실외 이동로봇이 사람과 함께 안전하게 도보를 걷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구사항입니다. 한 예로 16가지 항목 중에는 횡단보도 통행이 있습니다. 로봇이 신호등의 신호를 정확히 인지하고, 보행신호가 종료되기 전에 횡단을 완료하는지 등을 확인하는 시험입니다. 이날 기자와 동행한 개미는 횡단보도를 마치 사람처럼 건넜습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였는데, 우선 정지했다가 차량이 오지 않는 틈에 잽싸게 건너는 모습이 제법 능숙해 보였습니다. 신호, 경사, 날씨변화무쌍 외부 환경딥러닝으로 학습 이처럼 로봇이 현장의 실시간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주행 환경을 인식하는 기술 덕분입니다. 실외 이동로봇은 변화무쌍한 환경을 시시각각 인식해야 합니다. 정해진 위치에 사물들이 존재하고 길도 반듯한 실내 환경과 달리, 실외에서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부터 보도블록의 턱, 움직이는 사람들, 눈비가 내리는 날씨까지 다양한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외 이동로봇을 설계할 때는 동적인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지도를 이용합니다. 지도에서 로봇이 주행 가능한 영역과 아닌 영역을 미리 설정한 다음, 주행 가능한 구역에서 시험 운행을 반복하면서 로봇이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AI 딥러닝 과정을 추가로 거칩니다. 이 프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로봇도 태어나서 적어도 한 계절, 1년 정도는 경험을 통해 학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로봇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예상치 못한 사고로 제한 시간 내에 횡단보도를 다 건너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김홍호 로보티즈 모바일로봇사업부 부사장은 “횡단 도중에 주변이 혼잡해서 보행시간을 준수하지 못하면 관제 센터로 제어권을 넘긴다”며 “이후 관제 담당자 판단에 따라 로봇을 원격으로 조작한다”고 답했습니다. 16가지 운행안전인증 시험에도 관제장치의 작동을 평가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로보티즈 사옥 5층 시험동에는 여러 대의 모니터를 통해 실외 이동로봇의 위치와 현 상황을 알 수 있는 관제센터가 있었습니다. 책상에는 실외 이동로봇을 수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자동차 핸들이 구비돼 있었습니다. 실외 이동로봇이 물품을 파손 없이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를 위해 실외 이동로봇의 바퀴 부근에는 흔들림을 줄여주는 서스펜션이 들어갑니다. 또한 16개 운행안전인증 시험 항목 중에는 실외 이동로봇이 경사가 5도 이상인 길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박형태 산업부 기계로봇항공과 사무관은 “실외 이동로봇 안전요구사항 및 시험방법 표준인 KS B 7320 표준인증에서 착안해 2023년 3월에 5도 기준을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언덕길이나 보도의 턱 등을 잘 지나가려면 최소한 경사 5도는 올라가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김 부사장은 “개미는 최대 30kg을 탑재한 상태에서 10도 경사로까지 오를 수 있다”며 “계단은 오를 수 없지만 단차가 10cm인 보도블록 턱은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외에도 실외 이동로봇을 일상에서 활용하려면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로봇과 부딪혀 사고가 날 가능성은 없는지, 로봇이 도난당할 염려는 없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로보티즈는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해 뒀습니다. 김 부사장은 “자동차 운전자 시각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로봇이 보일 수 있도록 로봇에 반사율이 높은 깃발과 LED 조명을 높게 달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충돌 방지를 위해 실외 이동로봇에 비전 및 적외선 등 다수의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 초음파 센서 등도 부착했습니다. 누군가 실외 이동로봇을 훔쳐 가려고 하는 것에 대비해선 여러 센서를 달아놨습니다. 도난을 당하더라도 위치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입니다. 집 앞까지 배달 완수하려면관건은 엘리베이터 모든 항목을 무사히 통과한 실외 이동로봇의 최종 꿈은 ‘라스트 마일’입니다. 쉽게 말해 고객이 원하는 물품을 집 현관까지 가져다주는 것이죠. 현재 국내에서 운행하는 실외 이동로봇들은 캠핑장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라스트 마일을 아직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엘리베이터입니다. 대부분의 실외 이동로봇은 버튼을 누르지 못해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로봇 회사들은 실외 이동로봇이 엘리베이터와 연동돼 로봇이 다가가면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작동하게 하거나, 실외 이동로봇에 엘리베이터를 누를 수 있는 ‘팔’을 붙이는 방법을 고안 중입니다. 로보티즈 사옥 내에서는 ‘팔’이 달린 실내 이동로봇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실내 이동로봇은 카메라로 엘리베이터 숫자를 인지하고 팔로 목적층의 버튼을 누른 뒤, 해당 층에 내려 사무실 문을 ‘똑똑’ 두드렸습니다. 이 프로는 “이러한 실내 이동로봇과 실외 이동로봇을 통합한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외 이동로봇을 취재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미래를 기대했습니다. 이 프로는 “실외 이동로봇의 이름을 개미라고 지은 건 사람과 친숙하게 공존하길 바라기 때문”이라며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라 사람의 편의를 더 높여주는 데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길을 걷다 마주한 실외 이동로봇을 방해하면 어떻게 될까요? 동아사이언스 뉴미디어 채널 ‘씨즈’에서 로봇을 개발한 로보티즈와 함께 시험해 봤습니다. ☞바로가기 https://youtu.be/83T5H_7ffgQ?si=yd0joXXn-QQ9SMKH[특집] Part2. 유전체 연구의 미래, 생물학에서 정밀의학으로
2015년 1월 20일,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한 해를 여는 국정연설인 ‘연두교서’를 통해 정밀의학의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GP)로 밝혀진 유전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밀 진단과 치료를 하는 새로운 의료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이었다. HGP는 생물학을 넘어 의학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HGP 20년이 지난 지금, 유전체 의학의 최전선을 다투는 두 기업의 현장을 방문했다.6년 걸릴 희귀 유전질환 진단을 한 달 만에 학교에서 또는 회사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몸의 이상을 느낀다. 머리가 아프거나, 숨을 쉬기 힘들어 병원을 방문한다. 그러나 의사는 원인을 찾지 못하고, 며칠 쉬라고만 얘기한다. 증상은 심해지지만 어떤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한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마침내 국내 유병인구 2만 명이 안되는 희귀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땐 첫 진단으로부터 6년 후. 이미 병세는 심각해진 상황이다. 위에 가정한 상황은 많은 희귀 질환 환자들이 겪는 고통이다. 희귀병 중에서도 약 80%를 차지하는 희귀 유전질환의 문제는 질병을 특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사례가 적어 환자도 의사도 원인을 알기 힘들다. 질환명을 정확히 진단받는 데만 4~9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doi: 10.1371/journal.pone.0265847 “질환 특정이 힘든 희귀 유전질환 환자의 경우, 유전체 전체를 분석하면 질환의 원인을 찾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이제는 전체 유전체를 대상으로 희귀질환 환자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입니다.” 11월 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만난 희귀 질환 유전체 검사 업체 쓰리빌리언 금창원 대표의 설명이다. 쓰리빌리언은 환자의 유전체 전체에서 병원성 돌연변이를 찾아 유전질환을 진단한다. ‘한 달 만에 희귀 유전질환을 진단한다’, 이것이 쓰리빌리언의 목표다. 유전자 염기서열을 읽어서 유전병을 판단하는 것은 이전부터 해왔던 일이다. 대표적인 예는 1996년부터 시작된 유전성 유방암 검사인 ‘브라카(BRCA) 검사’다. 브라카 검사는 유방암 발병에 관여하는 두 유전자인 BRCA1, BRCA2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읽어내 병원성, 즉 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를 밝혀 낸다. 예전에는 몇몇 유전자에 한해서만 검사를 시행했다면, 최근에는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렇게 하면 7000종 이상의 희귀 질병을 한 번에 검사해 비용과 시간을 극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금 대표는 “글로벌 표준 변이 병원석 해석 기준인 ACMG 가이드라인의 28개 기준을 통해 돌연변이의 병원성을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이전에 보고된 병원성 돌연변이인지, 일반인에게서도 발견되는지, 보고되지 않았다면 단백질의 구조를 크게 변화시키는 ‘넌센스 돌연변이’인지 등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식이다. 데이터 쌓일수록 유전체 의학 강해져 이렇게 전체 유전체 분석이 가능해진 가장 큰 요인은 유전체 분석 가격 하락이다. HGP 시절 한 명의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위해 들인 돈은 3조 원에 달했다. 이 비용이 2015년 1인당 1000달러(약 130만원)의 벽을 돌파하더니 현재는 거의 200달러(약 26만원)까지 떨어졌다. 유전체 분석이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의학 장비를 사용하는 비용만큼 저렴해지면서, 진정한 ‘유전체 의학’의 시대가 열릴 조건이 갖춰졌다.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유전체 분석 데이터가 쌓이면서, 희귀 유전질환에 관한 새로운 데이터도 빠르게 모이고 있다. 금 대표는 “실제로 쓰리빌리언에서 진단한 희귀 유전질환의 60%가 기존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돌연변이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새롭게 발견된 희귀 유전질환 돌연변이는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클린바(ClinVar)’ 라이브러리에 쌓여 전 세계의 생명공학 기업과 병원에 공유된다. 이렇게 데이터가 쌓일수록 전 세계 희귀 유전질환 환자들의 진단율이 높아지고, 진단율이 높아지면 희귀 유전질환을 판별할 AI 프로그램을 더 정확하게 만들 수 있다. 선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세계 각국 정부와 연구 단체가 많은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쌓으려는 이유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 변이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스케일을 더 키워 수만, 수십만 명의 다양한 인종별 유전체를 분석하면 특정 인종에서 많이 나타나는 유전적 변이도 찾아낼 수 있다. 2023년 5월 1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인간 범유전체(Human pangenome)’ 연구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다. doi: 10.1038/s41586-023-05896-x 국제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컨소시엄(HPRC) 공동 연구팀은 다양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47명의 유전체를 분석해 ‘참조 범유전체’를 만들었다. 그만큼 다양한 유전적 변이를 참조 범유전체를 통해 분석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유전체 데이터베이스 설립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06년부터 ‘UK 바이오뱅크’ 사업을 통해 50만 명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2022년에는 이중 15만 명의 유전체 정보를 발표하기도 했다. doi: 10.1038/s41586-022-04965-x 2022년 11월 기준, UK 바이오뱅크의 자료를 활용해 나온 논문만 6000편에 달한다. 한국은 2024년부터 ‘국가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6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최종 100만 명의 유전체 등을 분석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정밀의학이 실현되면 미래 고령화 사회가 부담할 의료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치료에서 예방 의학으로 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HGP가 열어젖힌 문이다. 한 명의 유전체로는 부족하다. 많은 유전체 자료가 모일수록 유전체 의학의 힘은 강해진다. 아직은 모아야 할 자료가 많다. “지금까지 약 1만 개의 희귀 질환이 발견됐고, 그 중 80%가 유전질환에 속합니다. 지금도 매년 새로운 희귀 유전질환이 250~300개씩 발견되고 있어요. 앞으로도 유전체 의학과 진단 분야는 꾸준히 성장할 겁니다.” 금 대표의 말이다.“유전체 분석이 앞으로는 사회를 바꿀 것” 많은 독자들에게 희귀 유전질환 진단 서비스는 먼 이야기로 들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전체 분석은 생각보다 훨씬 우리 삶 가까이에 다가와있다. 최근 SNS 등에서 이슈가 되는 ‘유전자 검사’가 한 예다. 한국의 유전체 분석 기업인 마크로젠은 지난 6월 28일 유전자 검사 플랫폼 ‘젠톡(GenTok)’을 출시했다. 젠톡은 식습관, 운동 능력, 비만, 피부와 모발 관리 등 생활과 밀접한 유전 요인들을 검사해준다. DNA칩 위에 원하는 특정 DNA의 돌연변이를 감지할 수 있는 염기서열을 부착해 검사자의 DNA와 반응시키는 것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신청 후 검사 키트에 타액을 담아 보내면, 열흘 정도 지나 앱을 통해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사람들이 유전체 분석 기술을 친숙하고 가깝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젠톡’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11월 2일, 마크로젠 본사에서 만난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젠톡 서비스의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서 회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 시절, 한국인 유전체 ‘AK1’ 분석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하는 등 한국인 유전체 연구의 기틀을 닦아왔다. 그가 만든 생명공학 기업인 마크로젠은 전 세계에서 보내온 유전체 시료를 분석하며 성장했다. 젠톡은 연구실과 병원에 국한된 유전체 분석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게끔 넓히려는 서 회장의 시도다. “미국에서 유전체학은 치료보다는 조상 찾기 등의 서비스로 먼저 소개됐습니다. 거대 생명공학 기업으로 성장한 미국의 ‘23andme’도 주 사업 수단은 조상 찾기였죠.” 서 회장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유전체 분석을 저렴하고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다면, 한국에서도 찾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지막으로 서 회장에게 유전체학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그는 2003년 4월, 프랜시스 콜린스 당시 미국 국립유전체연구소(NHGRI) 소장이 동료들과 네이처에 쓴 “유전체 연구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라는 글을 인용했다. doi: 10.1038/nature01626 “콜린스 소장은 2003년 HGP를 완료한 후 유전체 연구의 청사진을 발표합니다. HGP가 만든 인간 유전체가 먼저 생물학을, 그 다음엔 의학을, 나중에는 사회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킬 거라는 내용이었죠. 지금까지의 유전체학은 생물학을 바꿨고, 지금은 의학을 바꾸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사회를 바꾸게 되겠죠. 많은 분들이 유전자를 어렵거나 복잡한 것으로 느끼지 않는다면, 이런 변화가 더 빠르게 오리라 생각합니다.”Day3. 화산 분출로 만들어졌다! 대만의 하와이 ‘펑후’ (펑후 섬 다궈예 주상절리-고래동굴)
차를 타고 펑후의 첫 탐험지인 ‘다궈예 주상절리’에 가는 길. 대원들의 눈길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건 야트막하게 쌓아 올려진 돌담이었습니다. 아스팔트 도로 너머로 에메랄드빛 바다까지 보이니 제주도에 온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지요. 펑후는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군도예요. 제주도처럼 지하에 있던 뜨거운 마그마가 균열이 생긴 지각 틈 사이로 솟아오르는 화산 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죠. 화구에서 뿜어져 나와 흐른 용암이 서서히 식으면서 섬을 형성했습니다.공항에서 40분 차로 이동해 도착한 다궈예 주상절리는 구름 없는 하늘, 푸르른 바다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제주도와 펑후의 주상절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수수께끼 같은 질문에 대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우 교수는 “제주도 주상절리는 새까만데, 펑후는 색이 더 옅죠? 제주도처럼 현무암으로 이뤄졌다기보다는 약간 성분이 다른 화성암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요. 이어 “마그마가 지구 맨틀에서 만들어지면 철 성분이 많이 포함돼 색이 짙은 현무암이 되고, 맨틀에서 올라오면서 지각을 약간 녹이며 성분이 변하면 색이 조금 더 밝은 화성암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뒤이어 찾은 치시 주상절리, 샤오먼지질공원에서도 수직 절리를 볼 수 있었어요. 우 교수는 “섬을 쭉 살펴보면 대부분 고도가 낮고 편평한 대지가 절리 절벽에 둘러싸인 채 바다에 접해 있다”며, “용암이 넓은 지역으로 흘러 높은 지대를 만들었고, 그 사이에 바다가 있어서 섬들은 모두 같은 높이를 가지게 됐기 때문”이라고 했지요. 마지막 탐험지는 모세의 기적처럼 썰물이 되면 섬으로 향하는 길이 열리는 쿠이비샨 모시펀하이입니다. 이곳은 우 교수님의 마음을 빼앗은 탐험지예요. 대원들은 바닷물이 빠지기 전까지 두 눈을 의심할 신기한 자연 현상을 마주했습니다. 양쪽에서 파도가 서로 마주 보며 치고 있었거든요. 우 교수는 “바닷가 멀리서 오는 파도는 바람과 바닥 깊이의 영향을 받는데, 이 지역의 지형이 섬을 향해 얕아지기 때문에 파도가 모이며 부딪히는 독특한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답니다.[특집]지질학자와 함께한 대만족 여행, 대만 탐험대
지난 10월 28일, 대만관광청과 함께하는 대만탐험대가 인천국제공항에 모였습니다. 세계적인 지질학자 우경식 교수님을 탐험대장님으로 이혜란 기자, 하정주 매니저, 그리고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독자 기자 호윤, 승준이가 탐험에 나섰지요. 대만탐험대는 대만 북부 ‘타이베이’와 동부 ‘화련’, 서부에 위치한 화산섬 ‘펑후’까지 아름답고 이색적인 지질명소를 찾아 대만 곳곳을 누볐습니다. 3박 4일간 즐거웠던 탐험 이야기를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이어지는 기사를 보려면?Day1. 예류 지질공원, 타이베이 101타워 - 퇴적암Day2. 타이루거 협곡, 칠성담 해변 - 변성암Day3. 펑후 섬 다궈예 주상절리, 고래동물 - 화성암[탐험후기] “놀라운 풍경에 지질학자의 설명까지 더해진 귀한 경험!”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