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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으로 뱃길이 막혔다!
운하는 땅을 뚫어 물을 흐르게 해 배들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든 물길이에요.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가 대표적이지요. 그런데 작년부터 비가 오지 않아 배들이 파나마 운하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73년 만에 가장 건조했던 파나마 2023년 초부터 파나마에는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3년 파나마의 강우량은 평년보다 41%나 줄었어요. 그 결과 파나마 운하로 물을 공급하는 가툰 호수의 수위 역시 급격히 낮아졌죠. 지난해 11월, 파나마 운하청은 “2023년 10월은 1950년 이후 73년 만에 가장 건조한 달”이라고 밝혔습니다. 파나마 운하청은 지난해 9월부터 물의 양을 고려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수와 무게를 줄여왔어요. 기존에는 하루에 평균 36척을 통과시켰지만, 지금은 하루 통행량을 31척으로 줄였습니다. 또 배 한 척 당 물건을 실을 수 있는 무게인 흘수도 감축했어요. 흘수는 배가 무거울 때 배의 아랫부분이 얼마나 많이 가라앉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예요. 파나마 운하는 기존 13.72m로 유지하던 흘수를 13.26m까지 줄였어요. 0.5m 정도의 차이지만, 이 차이로 배에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짐의 무게는 30% 감소합니다. 덴마크 해운 기업 머스크는 지난해 9월 “가뭄으로 같은 선박에 평소보다 약 2000개의 컨테이너를 덜 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파나마 운하청은 가뭄 현상이 올해 10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하루에 통행할 수 있는 배를 25척으로 제한할 계획입니다. 가뭄에 택배도 멈춘다?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 국토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운하예요. 가로 길이만 총 82km로, 서울에서 강원도 춘천까지 거리와 비슷하지요. 1914년 처음 개통한 파나마 운하는 기존 아메리카 대륙을 빙 둘러가야 하던 항로를 절반 이상 단축해 줬어요. 운하가 생기기 전에는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가기 위해서 남아메리카 맨 아래 남쪽을 거쳐 약 1만 5000km를 돌아가야 했습니다. 세계 물자 이동량의 5% 정도를 담당하는 파나마 운하에는 170개국의 1920개 항구를 잇는 항로가 있어요. 따라서 이번처럼 기후위기로 운하에 이상이 생기면 그 피해가 전 세계로 확산됩니다. 파나마 운하를 통해 미국과 무역을 하는 해운 업체 HMM의 노지환 홍보부장은 “파나마 운하가 막히면 돌아갈 수 있는 다른 운하와 다르게 대안이 거의 없다”며 “파나마가 배 통행량을 더 줄이면 배송이 늦어지고, 제품 가격도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내일 기상 10년 뒤 기후, 수학으로 예측!
‘지구는 기후 비상사태를 맞이했다.’ 2019년 11월 5일, 국제학술지 ;에 153개국의 과학자 1만 1000여 명의 공동 성명이 올라왔다. 기후 위기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돼 생태계와 인류가 위협받고 있으니 이에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2023년 3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6차 평가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1℃ 증가했다. 크지 않은 변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구 전체가 1℃ 더워지는 건 생각보다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폭염, 폭우와 같은 기상 이변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 인간의 건강과 생태계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학을 기반으로 한 기후 모형을 이용하면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IPCC는 위에서 언급한 종합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2100년에는 지구 표면의 온도가 적게는 1.4℃, 많게는 4.4℃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예측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고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어 준다. 기간이 길 땐 기후 모형, 짧을 땐 수치예보 모형 IPCC는 기후 모형을 통해 75년 후의 날씨를 예측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75년 뒤 연평균 기온이 6.3˚C 오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기후 모형이란 무엇일까? 기후는 특정 지역에서 장시간 동안 측정된 평균적인 날씨를 말한다. 이를 수학적으로 계산한 것이 기후 모형이다. 기후 모형은 지구 대기, 해양, 빙하, 토양 등의 다양한 환경 구성 요소 간의 상호작용을 토대로 미래의 날씨를 예측한다. 2021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 기후학자 마나베 슈쿠로는 1960년대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량이 지표면 온도와 수온을 어떻게 높이는지를 이해하는 수학 모형을 만들었다. 이 모형은 현재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기후 모형 개발의 토대가 됐다. 오늘날 기후 모형이 고려하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이 요인은 모두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만든 이론을 토대로 수식으로 표현한다. 이 수식을 모두 컴퓨터의 언어로 옮겨 기후 모형을 만든다. 반면 ‘기상’은 우리가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하루, 일주일처럼 짧은 기간 동안의 날씨를 말한다. 기상 예보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해양 산업, 항공 운항, 군사 작전 등에 쓰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2010년부터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를 세우고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날씨를 예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슈퍼컴퓨터는 어떻게 기상을 예측할까? 바로 수치예보 모형을 이용해서다. 수치예보 모형에서는 기상에 영향을 주는 기온, 바람, 기압, 대기 중 수증기의 양을 방정식으로 나타낸 뒤 시간과 공간에 따라 계산해 미래의 날씨 정보를 얻는다. 수치예보를 하는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1단계에서는 기상에 영향을 주는 온도, 습도, 기압과 같은 값을 측정하고, 계산에 쓸 수 있도록 값을 정리한다. 2단계에서는 대기를 작은 그물망처럼 나눈 격자마다 측정한 값을 예측 방정식에 대입해서 예측값을 구한다. 이때 계산량이 매우 방대하므로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계산된 값을 그림이나 표처럼 보기 좋은 형태로 표현한다. 한국형 수치예보 모형 KIM 2020년 우리나라는 장장 8년간의 연구 끝에 한국형 수치예보 모형(The Korean Integrated Model, KIM)을 완성했다. 그전까지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영국에서 만든 UM(Unified Model)을 사용해 기상을 예측했다. 하지만 UM은 지구를 수직수평으로 나누는 위도경도 격자를 사용해서 지구 곳곳의 날씨를 균일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보통 한 조각에서 일정 개수의 점 위치를 정해 날씨를 예측한다. 문제는 극지방으로 갈수록 격자의 간격이 0km에 가까워져서 한 조각이 너무 작아진다는 점이다. 반대로 적도지방으로 갈수록 조각이 너무 커져서 고정된 점의 개수로 넓은 범위의 날씨를 계산해야 한다. KIM은 이러한 UM의 한계점을 보완했다. 3차원 구를 감싸고 있는 2차원의 구면을 최대한 같은 간격의 격자로 나누기 위해 ‘육면체구’ 모양을 사용했다. 육면체구를 볼록 사각형 6개로 나누면 거의 같은 간격으로 조각낼 수 있어 계산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육면체구는 정육면체에 바람을 불어넣어 구 형태로 부풀린 도형이다. 이 도형은 미국의 기상 모형인 GFS(Global Forecast System)에도 사용된다. KIM의 기상 예측 3단계 KIM은 이 육면체구 구조를 바탕으로 3단계를 거쳐 기상을 예측한다. 먼저 ‘지배 방정식’을 토대로 기상 모형을 만든다. 지배 방정식은 기상 모형에서 대기 운동을 예측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오일러 방정식 등 뉴턴의 제2법칙인 가속도의 법칙을 바탕으로 하는 식들이 포함된다. 이 방정식에 온도와 질량은 항상 일정하다는 법칙을 더하면 기상 모형이 된다. 그런 다음 기상 모형은 ‘자료 동화’를 거친다. 자료 동화는 실제 관측한 기상 자료와 기상 모형이 예측한 값을 모두 고려해 가상의 데이터를 만들어 모형에 다시 반영하는 과정이다. 매번 저울 영점을 맞춰주는 것과 같으며, 과정을 반복할수록 모형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즉 자료 동화란 모든 관측 자료를 활용해 수치예보 모형에 들어갈 초기 자료를 실제 값에 가깝게 만드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후처리 과정을 통해 유의미한 수치들만 걸러내는 작업을 거친다. 이후 수치를 한눈에 잘 알아볼 수 있도록 그래픽으로 만들어 기상 예측 정보를 내놓는다. 그런데 이렇게 만든 모형으로 기상을 예측하려면 아주 많은 계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0일 동안의 기상을 예측하려면 아래만큼의 계산이 필요하다. KIM은 우리나라에 나타나는 기상 현상을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 실제로 2023년 8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카눈의 이동 경로는 KIM 예측으로 미리 알 수 있었다. 반면 UM은 카눈이 한국과 일본 사이 해상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해 예측이 다소 빗나갔다. 현재 기상청에서는 UM과 KIM을 병행해 기상을 예측하고 있다.쓸 줄 모르면 손해! 생성AI 똑똑한 사용법
생성 인공지능(AI)을 잘 활용하는 것은 실력 좋은 개인 비서를 두는 것과 같다. 대화 몇 마디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고, 그 정보를 원하는 형태로 정리하기 때문이다. 안 쓰면 손해인 생성 AI, 어떻게 더 잘 사용할 수 있을까.2024년을 살아가는 가상의 인물들의 하루로 살펴봤다.(❋편집자주. PART 2에 삽입된 이미지는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달리(DALL-E)’에 기사의 내용을 넣어 만든 그림입니다. 기사와 어울리는 가상의 인물과 상황이 뚝딱 만들어졌습니다.) “발표가 제일 쉬웠어요” 30대 직장인 이창래 씨의 하루 내일은 이창래 씨에게 중요한 사업 발표가 있는 날이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발표에 들어갈 자료 정리. 해당 주제로 팀원들과 수차례 회의한 기록이 남아있지만 그 양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봐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때 창래 씨는 문서 작성 프로그램 워드에 내장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 365 코파일럿’을 활용한다. 수많은 워드, 엑셀 파일에 적힌 글자들이 ‘회의록 요약’ 버튼 하나에 1장으로 요약된다. 이것을 파워포인트 파일로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것도 생성 인공지능(AI)의 몫이다. 감마(Gamma) AI에 요약된 회의록을 입력하자 1분도 안 돼 세련된 PPT가 만들어졌다. 이제 창래 씨가 할 일은 생성 AI가 만든 자료를 꼼꼼히 확인하며 더 수준 높은 PPT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다. PPT를 살피던 창래 씨는 시각화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수치가 정리된 엑셀을 켜고 채팅창에 “시각화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입력하자 데이터가 깔끔한 그래프로 정리된다. 마지막으로 내일 참석하는 프랑스인 바이어를 위한 프랑스어 자료를 따로 만든다. 챗GPT 번역 프로그램에 PPT 파일을 넣으면 끝나는 아주 간단한 작업이다. 오늘도 열심히 일한 창래 씨는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건 생성 AI가 해줄 수 없는 일이니까. 공부 의지 뿜뿜! 고1 김태린 양의 하루 중학생 뽀시래기 시절의 김태린은 잊어라. 컴퓨터과학자를 꿈꾸며 고1부터 열공을 다짐한 태린 양의 오늘 공부 목표는 수학 모의고사 풀이와 영어 듣기평가 연습과 단어 공부이다. 먼저 작년 3월 모의고사 수학 문제지를 펼쳤다. 열심히 풀어보려는데 맙소사, 첫 문제부터 도저히 풀리지가 않는다. 그는 챗GPT의 울프럼 알파(Wolfram Alpha) 플러그인을 사용해 문제풀이를 확인해보기로 한다. 문제의 수식을 하나씩 입력하는 과정이 조금 번거롭지만, 일단 입력을 끝내고 나면 친절한 생성 AI는 문제 풀이를 보여준다. 채팅창에 “그래프를 그려달라”고 말하면 풀이와 관련한 그래프도 그려준다. 그래프를 보고야 풀이를 이해한 태린 양은 겨우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수학 모의고사 풀이를 마무리한 뒤에는 영어 교과서를 편다. 말하기보다 듣기에 약한 그는 교과서 속 지문을 챗GPT에게 입력해 챗GPT가 읽어주는 지문을 들으며 듣기 연습을 한다. 그리고 외워야 하는 단어를 챗GPT 커스텀 단어 시험기에 입력한다. 커스텀 단어 시험기는 태린 양이 단어 공부를 위해 GPTs로 직접 만든 시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켜면 “오늘 공부할 단원을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이 뜬다. “2단원”이라고 입력하면 “awkard의 뜻은 무엇일까요?”라고 다시 질문한다. 바로 생각나지 않는 단어는 “예문을 보여달라”고 하면 “It feels a bit awkward to talk alone”이라는 교과서 2단원 속 활용 지문을 말해준다. 정답인 “뻘쭘하다”를 입력하면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 오늘도 목표를 달성한 태린 양은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으로 최애 아이돌 ‘투바투’ 영상을 보며 휴식을 취한다. 손주가 너무 예쁜 60대 박미연 씨의 하루 60대 박미연 씨에게 큰 고민이 있다. 바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손주에게 꼭 맞는 선물을 고르는 것이다. 골머리를 앓던 그는 생성 AI를 떠올린다. 대화하듯 말을 건네면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검색해주는 네이버 ‘Cue’ 서비스다.“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손자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추천해줘” 조심스레 말을 걸자 Cue는 문구세트부터 현미경, 자전거까지 초등학생이 좋아할 만한 선물들을 주르륵 화면에 띄운다. 하지만 가격대가 너무 다양해 고르기 어렵다. “20만 원 이하 선물로 찾아줘” “남자 아이 선물로 골라줘” 미연 씨는 말을 이어갔다. Cue는 파란색 백팩을 추천했다. 딱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자 화면은 네이버 쇼핑으로 연결됐다. 설날에 만나 선물을 건네줄 기대를 하며 미연 씨는 기대에 부풀었다. 취미 부자 정소혜 씨의 하루 정소혜 씨는 짬짬이 유튜브 영상도 편집하고 웹툰도 그려 블로그에 올리는 취미 부자다. 그런 그가 요즘은 생성 AI로 취미활동하는 데 푹 빠졌다. 먼저 영상을 만들 땐 어도비의 생성 AI ‘파이어플라이’를 활용해 저작권 없는 이미지를 만들고, 음악 생성 AI ‘사운드로우(Soundraw)’로 BGM을 제작한다. 이 자료들을 영상 편집 AI, ‘브루(vrew)’에 넣으면 자동으로 컷편집을 해주고 자막도 생성해준다. 생성 AI를 이용하면 피사체가 계속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촬영도 가능하다. 즉 영상에 들어갈 대본을 종이에 써서 읽는 모습을 촬영해도, 계속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하는 것처럼 연출할 수 있다. 웹툰을 제작하는 시간도 생성 AI로 크게 줄었다. 네이버 ‘웹툰 AI 페인터’를 사용하면 몇번의 터치만으로 자동 채색이 된다. 원하는 색을 끌어다 원하는 부분에 내려놓으면, 해당 부분에 색이 칠해지고 그 주변부도 어울리는 색으로 채워진다. 생성 AI로 시간을 번 소혜 씨는 다른 취미생활을 해볼까, 행복한 고민을 한다. 이제는 AI 리터러시를 고민해야 할 때 생성 AI는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 활용도가 천차만별이다. 누군가에겐 검색을 대신 해주는 검색창 정도의 역할만 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영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자비스’처럼 훌륭한 개인 비서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생성 AI를 잘 활용할까? 김란우 KAIST 디지털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는 2023년 9월 14일부터 19일까지 전국 20~50대 직장인 1100명에게 생성 AI 활용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학력이 높을수록, 월소득이 높을수록 생성 AI 사용 빈도수가 높았다. 김 교수는 “머리가 좋고 돈을 잘 버는 것이 생성 AI 활용 능력과 연관있는 것이 아니라, AI에 대한 사전 교육이 잘 된 사람일수록 새로운 AI의 등장에 빠르게 발맞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는 ‘AI 리터러시’ 격차로도 설명할 수 있다. 리터러시는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으로, AI 리터러시는 AI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가올 미래에 AI 리터러시 격차는 피하기 어렵다. 가령 AI 교육을 자주 접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자주 접한 청소년에 비해 AI를 낯설게 여기고, 그 결과 AI를 적극적으로 학습하지 못한다. AI 리터러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T는 모든 사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AI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했다. 네이버는 ‘커넥트 재단’을 운영하며 유아부터 청소년, 일반 대중까지 다양한 이들을 대상으로 AI,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야 놀자’라는 교육 프로그램은 AI 교육의 기회에서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전국의 청소년에게 제공된다. 김 교수는 “대국민적인 AI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전국민이 AI와 친숙해져야, 앞으로 더욱 발전할 생성 AI 시대 속에서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보행자가 된 로봇 같이 걸으실래요?
길을 걷다가 로봇과 마주치면 어떤 기분일까요. 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이 2023년 11월 17일 시행되면서 한국에서도 ‘실외 이동로봇’을 활용해 물건을 배달하고 거리를 순찰하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제 운행안전인증을 받은 자율주행 로봇에는 ‘보행자’ 지위가 부여돼요. 로봇과 나란히 신호등을 기다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상이 펼쳐지는 겁니다. 로봇과 함께 할 미래를 과학동아가 조금 먼저 만나봤습니다. 로봇과 함께 걷는 미래를 과학동아가 조금 먼저 만나봤습니다. “주문이 접수됐습니다. 픽업 장소로 출발합니다.” 애플리케이션에서 ‘아메리카노 4잔’ ‘주문’ 버튼을 누르자,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개미’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개미는 자율주행로봇 전문기업 로보티즈가 개발한 실외 이동로봇으로, 흰색 직사각형 몸체에 더듬이 모형이 달려 있어 실제 곤충 개미를 연상시킵니다. 개미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로보티즈 본사를 출발해 마곡중앙로 사거리의 카페까지 인도 위를 약 150m 이동했습니다. 개미는 보도블록의 턱과 경사를 넘었고 사거리의 횡단보도를 건넜습니다. 개미가 이동하는 속도는 시속 10~15km. 사람 걸음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로봇이 도착했습니다. 배송물을 넣어주세요!” 개미가 도착하자 카페 직원은 익숙하게 개미의 뚜껑을 열고, 커피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틀에 커피를 한 잔씩 넣었습니다. 개미는 카페 직원이 나와 커피를 싣는 내내 기다리고 있었죠. 의젓한(?) 그 모습에 지나가는 시민들도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커피를 싣고 다시 최종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개미를 보고 있으니 왠지 그 앞을 막아서 보고 싶은 음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앞을 막으면 어떤 반응을 보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로보티즈에서 IR/PR 업무를 담당하는 이승현 프로는 “우선 스피커로 안내 음성을 내보낸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어떤 안내가 나오는지 궁금해져 개미의 앞길을 가로막아봤습니다. 그러자 개미는 가던 길을 멈추곤 “물품을 배송 중입니다. 조심히 지나갈게요!”라는 안내 음성을 전했죠.“외출하려면 면허 따고 오세요”16가지 운행안전인증 심사 12월 1일 찾아간 로보티즈 사옥에서는 개미처럼 자율주행을 하는 이동로봇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와 로보티즈 사옥이 위치한 마곡동 일대는 ‘규제샌드박스’ 지역으로 지정돼 현재도 실외에서 이동로봇을 운행하는 게 가능합니다. 규제샌드박스란 국토교통부에서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량 등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사업을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현행 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유예해 주는 제도입니다. 자율주행 실외 이동로봇은 그동안 ‘차’에 해당해 보도를 통행할 수 없었습니다. 로보티즈는 2019년 12월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해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마곡 일대에서 보도를 통행하며 시범 배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실외 이동로봇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2023년 10월 19일, 실외 이동로봇을 ‘차’로 규제하다가 ‘보행자’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됐고, 이어 11월 17일에는 실외 이동로봇의 정의와 보험가입 의무 등 실외 이동로봇의 외출 허용을 위한 조항을 신설한 지능형로봇법이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실외 이동로봇은 이제 규제샌드박스 지역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에서 보도블록 등 공공도로를 다닐 수 있는 보행자의 지위를 누릴 수 있습니다. 단,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지정한 16가지 항목의 운행안전인증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운행안전인증 시험은 실외 이동로봇이 사람과 함께 안전하게 도보를 걷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구사항입니다. 한 예로 16가지 항목 중에는 횡단보도 통행이 있습니다. 로봇이 신호등의 신호를 정확히 인지하고, 보행신호가 종료되기 전에 횡단을 완료하는지 등을 확인하는 시험입니다. 이날 기자와 동행한 개미는 횡단보도를 마치 사람처럼 건넜습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였는데, 우선 정지했다가 차량이 오지 않는 틈에 잽싸게 건너는 모습이 제법 능숙해 보였습니다. 신호, 경사, 날씨변화무쌍 외부 환경딥러닝으로 학습 이처럼 로봇이 현장의 실시간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주행 환경을 인식하는 기술 덕분입니다. 실외 이동로봇은 변화무쌍한 환경을 시시각각 인식해야 합니다. 정해진 위치에 사물들이 존재하고 길도 반듯한 실내 환경과 달리, 실외에서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부터 보도블록의 턱, 움직이는 사람들, 눈비가 내리는 날씨까지 다양한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외 이동로봇을 설계할 때는 동적인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지도를 이용합니다. 지도에서 로봇이 주행 가능한 영역과 아닌 영역을 미리 설정한 다음, 주행 가능한 구역에서 시험 운행을 반복하면서 로봇이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AI 딥러닝 과정을 추가로 거칩니다. 이 프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로봇도 태어나서 적어도 한 계절, 1년 정도는 경험을 통해 학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로봇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예상치 못한 사고로 제한 시간 내에 횡단보도를 다 건너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김홍호 로보티즈 모바일로봇사업부 부사장은 “횡단 도중에 주변이 혼잡해서 보행시간을 준수하지 못하면 관제 센터로 제어권을 넘긴다”며 “이후 관제 담당자 판단에 따라 로봇을 원격으로 조작한다”고 답했습니다. 16가지 운행안전인증 시험에도 관제장치의 작동을 평가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로보티즈 사옥 5층 시험동에는 여러 대의 모니터를 통해 실외 이동로봇의 위치와 현 상황을 알 수 있는 관제센터가 있었습니다. 책상에는 실외 이동로봇을 수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자동차 핸들이 구비돼 있었습니다. 실외 이동로봇이 물품을 파손 없이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를 위해 실외 이동로봇의 바퀴 부근에는 흔들림을 줄여주는 서스펜션이 들어갑니다. 또한 16개 운행안전인증 시험 항목 중에는 실외 이동로봇이 경사가 5도 이상인 길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박형태 산업부 기계로봇항공과 사무관은 “실외 이동로봇 안전요구사항 및 시험방법 표준인 KS B 7320 표준인증에서 착안해 2023년 3월에 5도 기준을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언덕길이나 보도의 턱 등을 잘 지나가려면 최소한 경사 5도는 올라가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김 부사장은 “개미는 최대 30kg을 탑재한 상태에서 10도 경사로까지 오를 수 있다”며 “계단은 오를 수 없지만 단차가 10cm인 보도블록 턱은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외에도 실외 이동로봇을 일상에서 활용하려면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로봇과 부딪혀 사고가 날 가능성은 없는지, 로봇이 도난당할 염려는 없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로보티즈는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해 뒀습니다. 김 부사장은 “자동차 운전자 시각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로봇이 보일 수 있도록 로봇에 반사율이 높은 깃발과 LED 조명을 높게 달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충돌 방지를 위해 실외 이동로봇에 비전 및 적외선 등 다수의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 초음파 센서 등도 부착했습니다. 누군가 실외 이동로봇을 훔쳐 가려고 하는 것에 대비해선 여러 센서를 달아놨습니다. 도난을 당하더라도 위치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입니다. 집 앞까지 배달 완수하려면관건은 엘리베이터 모든 항목을 무사히 통과한 실외 이동로봇의 최종 꿈은 ‘라스트 마일’입니다. 쉽게 말해 고객이 원하는 물품을 집 현관까지 가져다주는 것이죠. 현재 국내에서 운행하는 실외 이동로봇들은 캠핑장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라스트 마일을 아직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엘리베이터입니다. 대부분의 실외 이동로봇은 버튼을 누르지 못해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로봇 회사들은 실외 이동로봇이 엘리베이터와 연동돼 로봇이 다가가면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작동하게 하거나, 실외 이동로봇에 엘리베이터를 누를 수 있는 ‘팔’을 붙이는 방법을 고안 중입니다. 로보티즈 사옥 내에서는 ‘팔’이 달린 실내 이동로봇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실내 이동로봇은 카메라로 엘리베이터 숫자를 인지하고 팔로 목적층의 버튼을 누른 뒤, 해당 층에 내려 사무실 문을 ‘똑똑’ 두드렸습니다. 이 프로는 “이러한 실내 이동로봇과 실외 이동로봇을 통합한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외 이동로봇을 취재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미래를 기대했습니다. 이 프로는 “실외 이동로봇의 이름을 개미라고 지은 건 사람과 친숙하게 공존하길 바라기 때문”이라며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라 사람의 편의를 더 높여주는 데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길을 걷다 마주한 실외 이동로봇을 방해하면 어떻게 될까요? 동아사이언스 뉴미디어 채널 ‘씨즈’에서 로봇을 개발한 로보티즈와 함께 시험해 봤습니다. ☞바로가기 https://youtu.be/83T5H_7ffgQ?si=yd0joXXn-QQ9SMKH베스트